지난 월요일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가 하루종일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부친과 월평동에서 볼일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느지막에 라세티의 시동을 걸고 월평동에 다녀오던 참이었습니다.
비가 오는터라 와이퍼는 계속 돌리고 뒷유리에 습기가 차니까 열선도 돌리고 뭐 에어컨도 돌리고 여러 전자장비를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습기도 사라지고 했으니 열선을 끄고 에어컨도 껐는데 갑자기 슈퍼비전 계기판급으로 계기판 미등이 밝아지더군요. 오디오 미등과 공조기 미등도 그러하였구요.
원래 열선같은거 돌리다 끄면 밝아지긴 하는데.. 이건 너무 밝아진게 아닌가 싶던 순간에 갑작스럽게 에어백 경고등이 점등됩니다.
생전 라세티에서 에어백 경고등이 점등되는건 라세티 타온 18년 세월 처음 봅니다. 맨 처음 시동걸때나 7번 깜빡거리는거나 봤죠. 부친께서 그러십니다. "어? 제네레다 나간것 같다?"
블랙박스가 고전압이라고 이유없이 꺼집니다. 오작동인가 싶어 재부팅하니 전압이 16.5v 17v를 웃돌고 있습니다.
부친께 이 사실을 알려드리자, 한숨을 푹 내쉬며 "제네레다 나갔네." 라고 하십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시동이 걸리고 나서 정상 범주의 전압은 14v가 나와야 합니다. 통상 14.2~14.4v를 가리키면 정상이라고 보곤 하지요. 이건 뭐 16.5v 17v를 웃도는 수준이니... 한마디로 오버차지(Over Charge)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블랙박스가 이번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아마 블랙박스에 전압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냥 제네레다 오늘내일 하는가보다 했겠죠. 오버차지 현상이 일어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부친께 여쭤본 결과 꽤나 위험한 일이 초래되더군요. 일단 밧데리가 과충전이 되니 뜨끈 뜨끈하게 열을 받고, 열을 받다보면 밧데리가 부푼다고 합니다. 부풀다가 밧데리 액기가 새어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휴즈들이 다 나가고, 재수없으면 휴즈박스 자체가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렇게까지 진행되면 밧데리 옆에 ECU가 있는 라세티 특성상 ECU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집 다와서 저랬으니 그나마 망정이지 속초 장거리 가서 그랬다고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여러모로 블박이 전압을 알려주고 고전압으로 꺼져서 확인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고마운 존재이지요.
여튼 차는 당장 굴려야겠는데...
신품은 16만원입니다. 재생은 6만원 7만원 8만원 뭐 신품의 반값이거나 그보다 좀 더 저렴한 수준이지요. 필자라면 오래 탈 마음을 먹고 신품을 올릴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급한 상황이기도 하고 신품이 값이 나가는 관계로 현실적으로 재생품으로 타협을 봐서 올리기로 합니다. 뽐거지 모드 발동해서 최저가의 제네레다를 찾았고 그마저도 몇백원은 포인트를 써서 6만원에 딱 떨어지게 구입을 했습니다.
월요일 밤 늦게 구입해서 화요일에 배송을 시작하고, 오늘 아침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직접 받진 않고, 부친의 직장으로 다이렉트로 보내 오늘 아침 부친께서 라세티를 끌고 우여곡절 끝에 출근을 하셨습니다. 제네레다가 죽었으니 밧데리의 전압으로 출근을 해야하는 셈이지요. 그런고로 블박도 끄고 공조기도 끄고 오디오도 끄고, 최소한으로만 전기를 사용하며 출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장 출퇴근할 차가 없으니 화요일과 수요일은 부친께서 비스토를 타고 출퇴근을 하셨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모친께서 차를 쓰시는 시간과 겹치지 않았으니 천만 다행이지요. 이럴때는 차가 두대라 좋습니다. 만일 모친께서 차를 쓰시는 시간과 겹친다면 자양동 가서 매그너스 빌려와야하나까지 생각을 했었다지요..
부품 품질에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품질은 뭐 6만원 스럽다고 합니다. 재생답다고 하네요. 플라스틱 커버가 고정이 잘 되어있지 않아서 까딱까딱 논다고 합니다. 재생이 그럼 그렇죠 뭐. 뭐 고정 잘 되고 벨트 잘 돌고 전압만 잘 나오면 그만이니 달아보도록 합시다. 라세티의 제네레다는 동년대 나오던 소형차 칼로스와 호환이 되고 칼로스의 자식뻘 차량인 젠트라와도 호환이 된다고 합니다.
라세티 빽카용은 위에 경광등때문에 95A 제네레다가 들어갔고, 나머지 1.5 1.6 차량은 85A 제네레다가 들어갔습니다.
반납가 6만원이긴 한데, 고품을 보내지 않으면 구입한 재생품에 대한 보증수리를 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증기간은 6개월이라 하구요. 어짜피 보증수리 고분고분 해줄 사람들도 아닐거라 생각을 하고 맡길 일도 그닥 없을듯 합니다. 다니는 고물상에 물어보니 kg에 300원정도 쳐준다고 하는데 고품 회수 대신 고물상에 팔고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나 한잔 마셔야하나 고민중이긴 합니다.
작업에 임합니다.
MTIA(스로틀바디)를 내리고 작업해야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벨트를 벗기고 고정볼트를 빼니 순순히 풀릴 각이 보였다고 합니다만, 흡기 매니홀드를 고정해주는 스테이가 딱 걸려서 안나왔고, 그런고로 그 스테이까지 풀어내니 제네레다가 나왔다고 합니다.
10년 좀 더된 이야기지요. 암튼 10여년 전에 비스토의 제네레다를 구모닝 70A 제네레다로 업그레이드 할때 공간이 안나와 결국 위로는 뜯지 못하고 밑에서 조인트를 내려서 빼내셨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정비성도 과히 나쁘진 않은 라세티입니다. 참고로 TMI일수도 있지만 제네레다 바꾸기 가장 쉬운 차는 캐피탈이랑 콩코드입니다. 벨트만 벗기고 고정 볼트만 풀어주면 되는..
제네레다 작업을 할때는 밧데리 -단자를 분리해주도록 합시다. 그러지 않으면 스파크가 튀는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니 이점 꼭 유의하도록 합시다.
18년간 열심히 고생한 고품과 임무교대하는 6만원짜리 재생 제네레다.
고품도 고품치고 그렇게 오염되고 더럽지는 않습니다. 재생집에 다시 보낸다면 다시 바라시한다음 다시 재생 제네레다가 되어 팔리겠지요.
여튼 작업은 잘 마쳤습니다. 라디오 채널 설정이나 이퀄라이저 설정이나 초기화됐을테니 다시 만져주면 작업은 끝이 납니다. 시동을 켜니 14.2v가 나옵니다. 정상이네요. 다만 에어컨 켜고 라이트 켜고 열선을 가동하니 13v는 나와줘야하는데 12.8v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에휴 재생이 그렇죠 뭐..
제발 무탈하게 잘만 굴러가주길 바랄 나름입니다. 글감 없어도 좋으니 말입니다. 차령이 차령인지라 뭐 속썩이면 폐차소리가 따라붙곤 합니다. 뜯어 말리고 있기는 한데 어쩌면 겨울에 새차를 들일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하십니다. 여튼 재생부품이긴 하지만, 그렇게 제네레다를 갈았습니다. 점점 주변의 몇몇 라세티가 고철장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만, 영원한건 없기에 언젠가는 보내줘야할 시기가 저또한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함께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라세티 제네레다 소동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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